엄홍식 아틀리에 탐방 (1) 클래식 기타 제작자

일제강점기부터 기타를 3대째 만들어 온 집안이 있는지1932년 엄상옥 장인이 처음 기타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버지 엄태훈 장인은 기타를 만드는 동시에 기타 연주자로 유명했다.

엄홍식 제작자는 가업을 물려받으라는 압력을 받지 않고 성장해 스웨덴에서 휴대전화 개발자로 일했다.

그러나 어느 날 생각해 보니 그에게 남은 것이 없고 아버지도 노쇠해 가업인 ‘엄기타’를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신세대답게 자신만의 디지털 노하우를 아날로그 기타 제작에 반영했다.

그의 기타는 유명 기타리스트 배상흠 홍상기 마르코 토치 등이 연주해 실력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베버사와 제휴해 스피커 제작에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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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만난 엄홍식 장인. 사진 : 이혜련

요즘 어떻게 지내나?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작업이 많다.

습도 60% 이상의 환경에서 악기를 만들면 변형으로 음질이 떨어진다.

물론 제습기와 에어컨을 이용해 습도를 조절하기는 하지만 올여름은 예상외로 기간이 길어져 오랫동안 제작하지 못했다.

매년 여름 2주 정도 휴가로 알고 장마철을 대비했지만 올해는 그 이상이었다.

날씨 탓인지 너무 긴 시간이라 그동안 바빠서 못했던 소리 공부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의 영향도 크다.

외부 활동을 삼가다 보니 올해는 작업실을 찾는 손님도 적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시국일수록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리고 지친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좋은 방법은 부지런해지는 것이다.

다음은 예술을 즐기는 일일 것이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지만, 남에게는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같은 감정이 아니기에 예술은 자신만의 감정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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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전경 사진:이혜련 일본식민지시대 할아버지부터 3대째 클래식 기타를 만들고 있다.

할아버지 엄상옥, 아버지 엄태훈의 기타와 엄홍식의 기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제작 기술은 할아버지, 아버지를 닮았다.

그러나 공구와 재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로 제작자가 직접 악기 전용재료를 소량 수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수제 기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때 아버지가 처음으로 해외 제작자들을 만나 그들의 재료와 방식을 받아들였는데 이것이 한국의 여타 첫 도전이다.

당시 다른 수제 기타 제작자들은 대부분 다른 공장의 직공으로 일하고 있었고 공장 사장들은 수제 기타에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가 수제 기타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할아버지와 교류하던 해외 연주자들의 영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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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알렉시스 발레조 Alexis Vallejos, 김우재 할아버지 시절에는 기타가 클래식 악기라기보다는 스페인 음악에 어울리는 스페인 전통 악기의 경향이 강해서 그런 악기를 만들었다.

세계적으로도 기타는 주로 스페인에서 제작되던 시기였다.

할아버지가 처음 만든 기타도 스페인 기타를 참고해 만들었다고 한다.

아버지 세대는 기타리스트 안드레아 세고비아 Andres Segovia의 활약으로 기타가 클래식 연주 악기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대중적인 포크 기타로 발전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옴기타는 특유의 스페인색이 짙게 남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엄기타 2세대는 스페인 기타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게 흥미롭다.

아버지 세대는 스페인 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공존이 트렌드였다.

스페인의 전통악기는 플라멩코 기타로 남아 클래식 기타라는 새로운 분야가 확립되었다.

기타 제작의 중심은 여전히 스페인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도 처음엔 전통적인 스페인 스타일의 기타 제작에 힘썼다.

1990년대에는 헤르만 하우저 1세 Hermann Hauser I에 앞장서 새롭게 클래식 기타 제조 강국으로 등장한 독일 클래식 음악에 보다 적합한 스타일의 영향으로 변화하였으나 스페인 스타일의 음색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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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타 작업실 전경 사진 : 이해련

즉 엄지 기타 2세대 기타는 스페인의 젊은 제작자의 악기와 비슷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악기를 사용한 해외 연주자들로부터 연주가 끝나면 관객들로부터 어떤 브랜드의 스페인 악기인가라는 문의가 많았는데 한국 악기라고 하면 당황스럽다고 한다.

2000년을 전후해 다시 클래식 기타의 환경은 바뀌게 되는데 이때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공연장이다.

클래식 기타가 보급되면서 다른 악기들과 마찬가지로 연주장에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바이올린의 과디넬리 Giardinelli가 음량으로 무대에서 재조명된 것처럼 기타도 음량이 중요시되면서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었다.

과거의 일률적인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음색이 요구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시대의 트렌드는 큰 무대에서 다른 현악기와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음량도 필요하지만 음악적으로 할아버지 기타의 따뜻함과 표현력, 아버지 기타처럼 맑고 섬세한 음을 모두 필요로 한다.

3세대 동안 고민하고 많은 노력을 거친 만큼 좋은 악기 제작가로 평가받아 기쁘다.

할아버지, 아버지한테서 들었던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는?아버지는 기타는 서양 문화이므로 엄기타만의 특징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가진 것이 없는데 지키려 애쓰다가는 큰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자부심 빼고 모두 바꿔 세계 최고가 되라고 했다.

사실상의 제작 방식은 할아버지, 아버지와 국내 장인들이 대부분 비슷하다.

할아버지가 한국식 제작 방법을 고안하셨고 아버지도 따랐다.

할아버지는 아무런 정보 없이 독자적으로 기타 제작 방법을 고안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버지가 처음 유럽에 갔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스페인 제작자와 자신이 배운 할아버지의 제작 방식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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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타 제작과정 사진 : 이해련

결론적으로 대패질과 같이 견해차이에 따른 작업방식만 다를 뿐 그 순서나 방식은 동일하다.

한국은 당겨 대패질을 하지만 서양대패는 밀어서 사용한다.

유럽의 제작자들은 보다 발전하고 정밀한 공구의 사용에 차이가 있었다.

1988년에는 국내에서는 고급 수공구 구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가방에 칼, 끌 같은 무거운 공구를 가득 넣어 세관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아버지는 귀국 후 일주일 내내 김포세관에 불려 다녔다.

일본과 스웨덴 휴대전화 회사에 다니다가 가업을 물려받은 게 흥미롭다.

아날로그 제작과정에 디지털 양식을 결합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아날로그 제작 과정에 디지털 양식을 결합했다는 것은 문제에 대한 시각과 사고의 변화를 의미한다.

IT 엔지니어로서의 업무 경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한국의 장인들은 의외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표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것은 도제적인 교육이라는 엄격한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식을 남에게 전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풍토 때문에 배우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배우기 위해서는 스승이 최고라고 추앙할 수밖에 없고, 스승의 지위를 계승하는 것이 가장 성공한 인생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바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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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타 제작 과정

내가 IT업계에서 배운 것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이 재능과 노력을 갖고 경쟁해야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스승이 누리던 과거의 영광을 발판 삼아 새롭게 자신의 영광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기타를 제작하던 시절에는 이미 인터넷을 통해 제작에 대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방법을 서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교사의 제한된 정보를 따르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져 버렸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충실히 이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발전을 이루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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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도제 방식의 제자가 선생의 가르침 중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오직 정성, 끈기, 노력 부족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나는 문제에 대한 토론을 시도했다.

배우로서는 도전이었지만 선생님으로서는 곤란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결과를 낳는 데는 원인이 있지만, 내가 아직 모를 뿐이다」라고 하는 생각으로, 그 외의 구조의 존재 이유나 역할에 대해 아버지와 이야기해,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그 노하우를 이용해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그에 따른 실험과 제작을 실시했다.

덕분에 현재는 물려받은 엄기타 색채를 유지한 채 독자적인 개성을 가미한 악기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예술과 기술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대다수 장인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 뿌리를 둔 악기를 제작하는 나로서는 과거의 영광을 바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인과 엔지니어의 의식을 균형 있게 가지고자 한다.

아버지에게서 기타 제작 기술을 충분히 배웠다고 인정받는 순간부터 기타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배웠지만 ‘이것을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이유를 이해하고 나서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실험을 많이 했지만 이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암기타의 명성을 지키며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가업을 잇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기타를 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외국생활과 다른 업계경험을 배우라고 하셨다.

일본으로 떠나던 날 아버지가 다른 곳에서 실패한 사람은 돌아와도 성공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 정말 타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며 살아왔다.

20세기는 IT기술이 급속히 변화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와 방법론을 배웠다.

그 것에 의해, 결과에 응한 원인을 분석·평가해, 개선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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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제작자로 인정받고 나서부터는 스승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와는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많이 괴롭혔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동안 쌓은 경험을 얘기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악기의 진동과 소리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컴퓨터와 장치를 이용한 분석이 큰 도움이 됐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도 스스로 만들었다.

예전엔 밝은 음색의 기타를 만들었는데 요즘은 차분하고 아름다운 음색을 지향하는 이유가 있을까.밝은 음색의 기타를 만든 것은 연주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트렌디한 음색이기 때문이었다.

음색이 완성되어 인기를 끌었으나, 마이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알 수 없는 부족함을 느끼게 된 음에 대한 연구를 다시 하여 음악의 본질에 대해 더욱 파고들었다.

음악의 본질은 연주자가 기타라는 표현도구를 이용해 관객과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음악적 표현이며 음악은 인간의 모든 감정,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인간의 감정에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거칠고 날카로운 것도 있기 때문에 악기의 기본적인 감정이 밝고 아름다운 것이라면 거칠고 어두운 표현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모든 표현이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연주자들과 논의하고 고민해 본 결과 중립적 성향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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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유명 음악가들이 오므 기타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목표가 무엇이고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나는 내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을 지루해 하는 성격이라 쉬지 않고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래서인지 연주자들은 매번 내 악기를 만날 때마다 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주자들의 평가로는 내가 만든 기타는 누르면 밀리는 대로, 당기면 당기는 대로 내 마음에 맞게 과감하지만 안정적으로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 인터뷰는 2화에서 계속됩니다.

글 | 디자인프레스 객원에디터 이소연([email protected]) 사진 | 엄기타 www.guit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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